미술에 나타난 자연의 흔적 미술 작품에서 기후 변화를 살피다 、

 미술작품으로기후변화를살펴본다①-미술에나타난자연의흔적-

역사 기록으로서의 미술

시인이자 미술평론가로 유명한 프랑스의 샤를 보들레르 (Charles Pierre Baudelaire, 1821~1867)는 1863년 한 신문에 ‘각 시대는 그 시대만의 자세와 시선, 몸짓을 가지고 있다’라는 미술평론문을 연재한 바 있습니다. 미술 작품은 기본적으로 개인의 감정과 사상을 표현하는 수단인 동시에, 보들레일의 말처럼 시대의 모습을 시각적인 언어로 표현하기도 합니다. 김홍도(1745~?)의 <씨름>을 통해 조선후기 시장의 모습을, 에드가 드가(1834~1917)의 <발레교습소>를 통해 1870년대 파리 무용수의 모습을 생생하게 확인할 수 있도록 합니다.

(왼쪽) 단원풍속도첩, 씨름 ⑨ 국립중앙박물관(우) 발레교습소 ☜ 위키백과

또한 수많은 화가들이 눈앞에 펼쳐진 자연의 풍경을 그렸죠. 때로는 배경으로, 때로는 중심 테마로 화폭에 담긴 산과 바다, 하늘과 노을 등은 표현 방식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마치 오래된 사진처럼 당시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후기 인상주의 화가로 유명한 폴 세잔 (Paul Cézanne, 1839~1906)은 만년에 그의 고향인 프랑스 남부의 액상 프로방스에서 마을의 풍경을 그린 작품을 오랫동안 그렸습니다. <상트 빅토아르 산, Mont Sainte-Victoire> 연작은 마치 세잔의 집에 초대되어 창밖을 내다보듯 빅토아르 산의 풍경이 시간의 흐름과 날씨 변화에 따라 달라지는 것을 직접 보여줍니다.

Mont Sainte , 1887 년 ⓒ Cou rtauld Institute of Art

3년이라는 시간과 계절에 따라 상트빅토아르 산의 모습은 변해가고 있습니다.Mont Sainte , 1890 ⓒ Scottish National Gallery

이것은 과거의 미술작품을 감상하게 되면 흐르는 시간 속에서 자연의 모습이 얼마나 변하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지구의 기후변화를 측정하는 조사가 시작된 시기는 불과 150년 정도에 불과합니다. 즉, 근대의 기상 관측 기술을 적용하기 전에 그려진 수많은 미술 작품은 기후변화를 포함한 또 하나의 기록물인 셈입니다. 이 부분에 집중한 과학자들은 과거에 그려진 미술 작품을 통해 기후 변화를 관찰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일몰의 대기 오염 자국
기후변화에 관한 연구로 노벨상을 수상한 그리스 아테네 아카데미의 크리스토스 제레포스(Zerefos) 박사는 대기화학과 물리학을 통해 대기 중의 오염물질 농도를 확인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제레포스는 영국의 낭만주의 화가 윌리엄 (Joseph Mallord William Turner, 1775~1851)의 작품에 주목했습니다. 빛에 집중한 풍경 묘사에 탁월한 터너는 일몰이 담긴 작품을 많이 그렸습니다. 터너는 주로 노란색과 빨간색, 주홍색을 섞어 타는 듯이 빛나는 일몰을 표현했는데, 그는 터너의 일몰 작품을 분석하고 화산재와 연무, 먼지 농도를 추정하는 에어로졸 광학의 두께*(Aerosol Optical Depth; AOD)를 추측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AOD 값이 크면 대기에 에어로졸이 많이 존재해 산란이 활발해지는데 이 경우 파장이 긴 적색 계열의 빛만 빠지고 일몰은 더욱 붉어집니다. 즉, 붉은색이 더 강하게 표현된 작품이 그려진 시기에는 대기 중의 오염물질이 더 많았을 것으로 추측할 수 있습니다.
* 광학 두께란?
에어로졸 광학 두께(Aerosol Optical Depth, AOD) : 태양복사가 대기의 상한에서 지표에 도달하는 동안 대기 중에 존재하는 여러 성분에 의해 감쇄되는 효과를 나타내는 척도로 이를 통해 지상 미세먼지 농도를 추정할 수 있다.

Sunset , 1830 년 ⓒ The Tate Gallery

화산활동이 활발했던 1830년대 초기에 터너가 그린 일몰(위)의 색상은 화산활동이 없었던 시기에 그려진 풍경화(아래)에 비해 훨씬 빨갛습니다.The Fighting ” Temeraire ” tugged to her last berth to be broken up ⓒ National Gallery

또한 제레포스는 일몰의 색깔을 분석하여 지난 5세기 동안 지구 대기오염도를 추정하는 연구도 실시했습니다. 그는 영국 테이트미술관 등이 소장하고 있는 1500년부터 2000년까지의 풍경화를 조사하던 중 붉은 석양이 강조된 54점의 작품을 발견했습니다 이 시기는 대규모 화산폭발이 일어난 후 3년 이내에 그려진 그림으로, 다른 풍경화에 비해 붉은색의 비율이 가장 높았습니다. 또 500년간의 풍경화를 시간순으로 분석해보면 산업혁명 이후의 대기는 더욱 붉어지는 추세였습니다. 이는 화산폭발 등으로 인한 대규모 유입이 없던 시기에도 오염물질이 지속적으로 확산되었음을 방증합니다.
* 글 : 이지현 칼럼니스트
▶계속 : 미술작품을 통해 기후변화를 살핀다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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